지난 3일 팡빈싱은 하얼빈 공대에서 열린 강의에서 자기가 만든 방화벽을 우회하기 위해 어떻게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야 하는지 설명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팡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한국과 중국의 방화벽이 비슷하다며 한국 웹사이트에 접속하려 했다가 방화벽에 차단당하는 굴욕을 겪어야 했습니다.
강의에 참석한 멍툰이라는 학생이 “이 수업을 놓칠 수 없다”며 이 장면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에 올렸습니다. 중국인들도 팡빈싱이 만들어낸 그레이트 파이어월을 납득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지난달 9일부터 15일까지 있었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도 검열로 볼 수 없는 탓에 중국인들은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중국의 SNS는 팡의 실수를 고소해하는 글로 가득 찼습니다. ‘오타쿠의 막대사탕’이라는 이름의 한 웨이보 유저는 “애플 팬들은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FBI에 대항한 데 대해 감탄을 마지 않았지만, 팡이 자기자신에게 패배한 것에 대해서 중국인들은 눈물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고 꼬집었습니다.
팡의 해프닝은 중국인들이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에 대해 갖는 감정을 짐작케 합니다. 많은 중국인들이 팡의 굴욕을 조롱했지만 많은 기대를 갖고 있기도 했습니다. 한 전직 공무원은 “우리는 모두 구글 검색을 이용할 수 있는 날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려왔다” 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방화벽은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 해외 사이트를 검열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하지만 기술 전문지 와이어드에 따르면 중국 네티즌 6억5000만명 중 3분의 1은 외국인들이나 외국기업이 쓰는 VPN을 이용해 느린 인터넷 속도를 감수하고 구글 등에 접속하고 있습니다.
팡은 무릎을 꿇었지만 앞으로도 중국 정부가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하고 싶어하는 중국인들의 열망을 계속 막을 수 있을 지 궁금해집니다. (끝) /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