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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남은 진짜 '갑질'을 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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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정치부 기자) 신기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다니는 아들의 졸업시험 성적이 커트라인에 미달하자 대학원장에게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신 의원이 학교에 찾아가 “재고해 달라”고 말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더민주 윤리심판원은 지난달 25일 그에게 당원자격 3개월 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 징계대로라면 4선의 신 의원은 4월13일 치러지는 총선에 더민주 후보로 출마하지 못합니다. 신 의원은 윤리심판원에 재심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여기까지는 ‘국회의원 로스쿨 갑질’이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3일 국회 기자회견장에 신 의원의 억울함을 주장하는 이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신 의원 아들의 지도교수인 소재선 교수였습니다. 소 교수는 “내가 신 의원과 대학원장을 면담하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했습니다.

로스쿨을 졸업하면 국가가 주관하는 변호사시험(변시)을 치르는데, 많은 학교가 ‘우리 학교는 변시 합격률이 높다’고 홍보하기 위해 성적이 낮은 학생은 유급을 시켜 아예 변시를 치르지 못하게 한다고 합니다. 졸업시험이라는 미명 하에 변시 모의고사를 치러 커트라인을 넘지 못하는 학생은 졸업을 시키지 않는 것입니다.

경희대 로스쿨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게 소 교수의 설명입니다. 오히려 경희대는 사전에 공지했던 커트라인을 시험 후 상향조정했다고 합니다. 유급을 하면 변시에 응시하지 못한 채 1년을 ‘백수’로 기다려야 하고, 변시에 합격하기는 매년 어려워지고 있어서 학생들은 집단 반발했습니다.

학생들 전원이 학교 측의 조치에 반대한다는 서명을 했고, 학부모들도 학교에 찾아와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일부 교수도 학생들 편에 섰습니다. 하지만 학부모 중 신 의원만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게 소 교수의 주장입니다.

소 교수는 “제가 답답한 마음에 신 의원에게 항의에 동참할 것을 권했다. 그것도 여러차례 강요했고 그때서야 (신 의원이) 대학원장과 면담을 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최초 언론에 보도된 기사는 (신 의원이 대학원장과 면담했단) 소문을 들은 모 교수가 친분이 있던 기자에게 알려 준 것이다. 그 교수는 학교에서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말했습니다.

소 교수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은 제 능력 밖의 일입니다. 하지만 기자로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 사건을 대하는 더민주의 태도입니다.

소 교수는 “저는 이번 사태에 대해 당무감사원에 출석해 직접 해명하겠다고 했으나 거절당했고 윤리심판원 출석 신청도 끝내 거절당했다”고 말했습니다. 쉽게 설명드리자면 당무감사원은 검찰, 윤리심판원은 법원에 해당합니다. 핵심 증인이 자기 발로 검찰과 법원을 찾아와 증언을 하겠다는데도 더민주는 이를 두번이나 묵살한 셈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신 의원 사건이 판세에 불리하게 작용할까봐 서둘러 덮으려 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소 교수는 “독립된 심판기구인 윤리심판원 의결을 앞두고 엄격하게 징계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당 대표의 발언, 재심이 남았는데도 불출마 선언을 종용하는 뉴파티위원회(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인재들이 주축이 된 모임)의 행위, 자신의 SNS에 재심신청을 하는 것은 비양심적인 행위라고 협박하는 윤리심판위원 모두 정상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뉴파티 위원인 금태섭 변호사는 신 의원 징계가 내려지고 이틀 밖에 되지 않아 신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끝)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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