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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여러분, 8월 26일이 무슨 날인지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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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서 국제부 기자·박주형 인턴기자)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운전자들에게 질문 하나 드립니다. 경북 칠곡이 어떤 의미인지 아시는지요. 힌트를 하나 드리자면 세금과 관계가 있습니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휘발유 1L에는 무조건 900원 정도의 세금이 붙습니다. 휘발유 1L 가격이 1400원이라고 할 때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65%에 달합니다.

눈치 빠른 분들은 서울-칠곡간 거리가 서울-부산간 거리(400km)의 65%쯤 되나보나 하시겠네요. 맞습니다. 서울-칠곡간 거리는 400km의 65%인 260km입니다. 휘발유를 넣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운전자들은 경북 칠곡에 도착할 때까지는 ‘휘발유’가 아니라 ‘세금’을 태우면서 가는 셈이란 얘기죠.

이왕 계산한 김에 ‘휘발유 세금해방일’을 알아볼까요? ‘휘발유 세금해방일’은 이른바 ‘세금해방일’에서 착안해 저희가 만든 말입니다. 세금해방일은 연간 소득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날짜로 계산한 날입니다. 예를들어 지난해 세금해방일은 3월 23일이었습니다. 3월23일 이전까지 소득은 세금을 납부하는데 쓰고 3월 23일 소득부터 납세자들의 호주머니로 돈이 들어온다는 것이지요.

한국의 세금해방일(자유경제원 집계)은 노무현 정부때는 3월 28일이었고, 이명박 정부시절에는 3월 24일이었습니다. 김대중 정부때는 3월 20일이었고, 김영삼 정부때는 3월14일이었네요. 주요 국가 세금해방일(작년 기준)은 미국 4월 24일, 영국 5월 28일, 독일 7월 11일, 벨기에 8월 6일이었습니다.

휘발유 세금해방일은 8월 26일입니다. 연간 휘발유 사용금액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날짜로 환산했을 때의 결과입니다. 이날이 돼서야 전체 휘발유 가격에서 세금을 제외한 ‘순수 휘발유값’으로 달릴 수 있게 됩니다. 아직도 7개월이나 남았네요.

휘발유 세금해방일이나 휘발유 세금납부거리는 국제 원유시세가 떨어지면서 계속 늦춰지거나 길어지고 있습니다. 원유가격이 떨어지면 아무래도 휘발유 원가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니까요.

현재 20달러대에서 거래되는 국제원유가격이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을 때는 어땠을까요. 2013년 9월 미국 서부텍사스원유가격이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을 때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의 가격은 1L당 2000원을 넘어섰습니다. 그 때는 휘발유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45% 정도였습니다. 부산까지 갈 때 서울에서 대전까지 거리와 맞먹는 비율입니다. 대전에 이르러서야 진짜 휘발유를 태운다는 계산입니다. 이 시기의 휘발유 세금해방일은 6월15일이었습니다. 지금과 두 달정도 차이가 나네요.

유류세가 정액제이다보니 국제유가가 3년전 최고점 대비 거의 4분의1 토막이 났는데도 체감하기 어렵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금 세제대로라면 중동에서 원유를 공짜로 들여와도 1L당 1050원(정유사·주유소 마진 포함)은 줘야 하는데요. 저도 불만입니다만, 그래도 오르지 않는 것만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안해집니다.

연비가 1L당 10km인 자동차로 서울-부산을 왕복(400km)했을 때 휘발유값이 1L당 2000원이라면 지금(L당 1400원)보다 4만8000원을 더 내야 했으니까요. (끝)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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