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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천재' 이제석 작품...이번엔 반포지구대에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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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지식사회부 기자) ‘당신이 잊을 수 없는 단 하나의 신고전화가 있나요?’ 지난해 9월 미국의 웹사이트 버즈피드가 미국의 긴급전화인 911 상담원을 대상으로 한 질문입니다. 한 남성 상담원이 ‘911로 피자를 주문한 여성’의 사연을 소개했는데 우리나라에도 전해질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911 상담원 : “911입니다. 위치가 어디십니까?”

신고 여성 : “123 메인 스트리트요”

상담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신고 여성: “네 피자 배달 주문을 하려고요”

상담원: (또 장난전화로군)“저기요. 여기 911인데요”

신고 여성: “네 알아요. 라지 피자 한판이요. 버섯이랑 고추 넣은 것 반, 페페로니 넣은 것 반으로 주세요.”

상담원: “저…죄송합니다만 911에 전화건거 맞으세요?

신고여성: “네 맞아요. 얼마나 걸리나요?”

상담원: “거기 괜찮으세요? 응급상황이십니까?”

신고여성: “네”

상담원: “지금 방안에 누군가와 함께 있어서 말씀을 못하시는 거 맞나요?”

신고 여성: “네 맞아요. 얼마나 걸린다고요?”

상담원: “거기서 1마일 거리에 경찰관이 있어요. 집에 무기가 있나요?”

신고여성: “아니오.”

이후 경찰관이 출동해 여성을 찾아가니 여성은 동거하는 남성에게 폭행을 당한 상태였고 남성이 술에 취해있었다고 합니다. 여성의 재치와 911상담원의 감각이 빛을 발한 것이죠. 한국에서는 어떨까요? 아마 상담원이 “장난전화 걸지 마세요”하고 끊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한 신고자는 112에 전화를 해 “식당에서 밥을 먹던 중 뼈다귀를 씹어 이가 흔들린다”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신고자는 “현관에 벌레가 있는데 혼자 못 잡아서 잡아달라”고 했습니다. 경찰은 지난해 접수된 1800만건의 사건 중 긴급출동이 필요한 사건은 230만 건으로 12%로 분석했습니다. 나머지 88%는 긴급하지 않거나 출동이 필요 없는 신고였는데요, 긴급하지 않고 출동이 필요하지 않은 신고가 많아지면서 정작 중요한 순간에 출동할 경찰관의 발목을 잡는 꼴이 됐습니다.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경찰은 최근 11월 2일 ‘112의 날’을 맞아 재밌는 광고판을 만들었습니다. 서울 반포동 고속터미널 앞 반포지구대 벽면에 설치된 광고판입니다. 한 남성이 신발을 부여잡고 전화를 거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네요. 그 옆엔 ‘잘못 건 112신고전화 긴급출동의 발목을 잡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이 광고를 만든 이제석 광고연구소 대표는 “긴급이 아닌데도 112에 전화를 걸면 결국 경찰관이 긴급 출동 할 때 발목을 잡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광고를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대표는 광고에 나온 빨간 옷 입은 모델이 상당한 오해를 받아 고통(?)에 시달린다며 “그는 평소 허위·장난 전화를 하지 않는 매우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끝) /3code@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3.2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