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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격언 "버핏을 따라 하되, 그가 말한대로는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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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심기 특파원) “워런 버핏의 행동은 따라 하되, 그가 말한대로는 하지 마라”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에 대한 월가의 격언이다. 말과 행동이 다른 버핏을 비꼬는 뉘앙스가 담겨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버핏이 이미지 문제에 빠졌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버핏과 월가의 관계가 눈에 띄게 험악해졌다고 최근 분석했다.

최근 양측의 긴장관계는 지난달 버핏이 행동주의 투자자를 계속 먹잇감을 찾아 돌아다녀야 하는 ‘상어’에 비유하는 가벼운 ‘잽’을 날리면서 시작됐다. 이어 지난주에는 버핏의 오랜 친구이자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벅셔 해서웨이의 부회장 찰리 멍거 부회장이 헤지펀드의 ‘풍운아’ 빌 애크먼을 간접적이긴 하지만 “매우 부도덕하다”고 비난하면서 불씨를 당겼다. 빌 애크먼이 이끄는 퍼싱 스퀘어가 투자한 제약사 밸리언트가 경쟁사를 인수합병(M&A)한 뒤 약값을 올리는 방법으로 돈을 버는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빌 애크먼은 이에 대해 벅셔가 코카콜라에 투자한 것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맞받아쳤다. 비만의 원인으로 각종 질환을 일으키는 ‘설탕물’에 불과한 콜라를 어린이들에게 판매하는 것은 사회적인 해악이라고 꼬집은 것이다.

WSJ는 양측의 대립과 관련, 버핏에 대한 월가의 상반된 견해와 함께 버핏의 자기모순적 행태에 대한 비판이 복합적으로 담겨있다고 지적했다. 월가가 벅셔 해서웨이를 이끌며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버핏을 부러워하면서, 동시에 자신도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한 거래를 서슴지 않으면서 마치 자비로운 사업가로 포장하면서 월가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는데 대한 불만이 그것이다.

버핏은 실제 월가에서 1200마일이나 떨어진 미국 중부의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시에 자리를 잡은 채 자신은 현명하고 정직한 투자로 막대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반면, 헤지펀드와 투자은행들은 각종 파생상품 등 금융공학에 기대면서 막대한 수수료를 챙기고, 행동주의 투자라는 ‘전술’까지 활용하고 있다며 월가를 자극하고 있다.

반면 월가는 버핏이 자신의 말과 행동이 다른 위선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일례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버핏은 부자들을 상대로 세율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이끄는 투자회사 벅셔해서웨이는 세법을 요리조리 비켜가고 있다는 것. 지난해말까지 벅셔가 각종 세제혜택과 이연과세 등을 통해 납부하지 않고 있는 세금만 무려 619억 달러에 달한다는 것.

또 벅셔가 지난 2013년 브라질 투자회사 3G캐피탈과 공동으로 케첩업체 하인즈를 인수하고, 크래프트 푸드와 합병한 뒤 올해 초 비용절감을 위해 6500명의 직원을 해고했지만 버핏은 기업경영을 위해 인력감축은 때론 필요하다고 이를 두둔했다. 벅셔의 일부 주주들은 이를 이유로 주식을 팔면서 “버핏은 알려진 것과 달리 결코 자비로운 억만장자였던 적이 없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버핏 연구 전문가인 조지워싱턴대학의 래리 커닝햄 교수도 WSJ에 “도덕적이면서 동시에 이익을 극대화할 수는 없다”며 버핏의 말과 행동이 충돌할 때 마다 그에 대해 위선자라는 비난이 쏟아지곤 했다고 전했다. (끝) /sglee@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0(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