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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핸접!'..."랩으로 부르니 법어도 어렵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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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연 문화스포츠부 기자) “집집마다 부모님이 부처님, 거리마다 약자들이 부처님, 발밑에 가는 벌레가 부처님, 당신 머리위에 나는 새가 부처님, 이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인걸~”

가뭄 속의 단비가 내렸던 지난 14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 특설무대. 진용진 씨가 성철스님의 법어(法語) ‘참다운 불공’을 주제로 만든 랩 창작곡 ‘모두가 부처님’을 선보이자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또 다른 참가자들은 ‘부처 핸접!(Put your hands up의 언어유희)’을 외치며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회장 정여 스님)와 백련불교문화재단(이사장 원택 스님)이 개최한 랩 창작곡 대회 ‘성철 스님 래퍼 되다’ 행사였는데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랩을 통해 불교가 대중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자는 취지에서 기획됐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청소년 9팀, 대학생 일반부 9팀이 참가해 개성을 뽐냈는데요. 소개된 법어는 1981년 종정 수락 법어인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를 비롯해 ‘자기를 바로 봅시다’(1982) ‘남을 돕는 것이 나를 돕는 것’(1988) 등이었습니다. 진씨는 자신의 곡 ‘모두가 부처님’에서 법어 속에 담긴 뜻을 의미있게 전달했습니다. “법당에 계신 부처님만 진짜라고 생각했었지, 나와 다른 건 차가운 시선을 보냈어. 평등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내가 모시는 부처님은 딱히 따로 없지. 세상에 모든 약자들과 생명들을 잘 모시는 게, 진정한 불공의 대상인 걸 이제 깨달았어.”

성철 스님과의 개인적인 인연을 소개한 팀도 있었습니다. 여성 2인조 박솔유, 이명희 씨는 ‘대광효와 아이들’이라는 이름으로 창작곡 ‘아무것도 모르면서’를 선보였습니다. 이씨는 “초등학교 때 성철 스님이 계신 합천 해인사 백련암에서 3000배를 올렸다”며 “당시 성철 스님께서 ‘대광효’란 법명을 지어 주셨다”고 소개했습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와 손을 잡고 절에 갔던 기억을 담은 창작곡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대상에는 홍대에서 ‘하이지’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광희 씨의 창작곡 ‘산은 산, 물은 물’이 선정됐습니다. 그는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야”이라는 중독성 있는 후렴구와 법어 내용을 잘 살린 가사로 호응을 얻었습니다. 김씨는 “가사를 직접 쓰려면 스님 가르침을 이해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며 “셀 수도 없이 법어를 읽고 또 읽으면서 어느 순간엔 득도한 느낌까지 들었다”며 웃었습니다.

청소년부 금상 수상자인 박주용 군은 대안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그는 “학교 이름이 ‘불이’인데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의미”라며 “그래서 스님의 법어에 더 공감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스님은 “성철스님이 한글로 법어를 남겨준 덕분에 오늘 조계사 큰 마당에 청소년들의 힘찬 노래가 울려퍼질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심사위원을 맡았던 래퍼 아웃사이더는 “참가자들이 스님의 법어로 랩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다른 누군가에게 그 가르침을 전달하며 소통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젊은이들이 즐기는 랩을 통해 불교의 대중화를 이끈다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백련불교문화재단과 후원사 아싸커뮤니케이션은 수상곡들을 다듬어 앨범으로 제작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끝)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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