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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상한가 치는데 펀드매니저는 왜 주식을 팔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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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증권부 기자)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4조8000억원 규모의 당뇨 신약 개발 기술을 수출했습니다. 국내 제약업계 최대 규모의 기술 수출을 발표한 다음날(6일)부터 이틀 동안 주가가 무려 50%넘게 상승했습니다. 그야말로 대박이 터진 셈이죠.

그런데 펀드 매니저들 분위기는 심상치 않습니다. 한미약품의 대박이 오히려 ‘골칫거리’라는 얘기마저 나옵니다.

우선 한미약품 주식을 적게 담고 있던 펀드 매니저들은 속상하겠죠. 54만7000원(5일)이었던 주가가 2거래일 만에 82만4000원(9일)까지 급등하는 사이 차익을 챙길 기회를 놓쳤을 테니까요.

재미있는 사실은 한미약품 주식을 꽤 담고 있던 매니저들도 울상이라는 겁니다. 최영철 동양자산운용 스타일운용팀장은 “한미약품을 시가총액 비중만큼 담고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다른 바이오주 주가가 되레 떨어졌다”며 “지난 3월에는 한미약품 기술수출 소식에 다른 바이오·제약주도 함께 뛰었는데 이번엔 정반대 현상이 벌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심지어 한미약품이 상한가를 친 지난 6일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지는 해프닝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날 펀드매니저들이 운용하는 자산운용사(투신) 계좌에서 32억원 매도, 23억원 순매도 물량이 나온 겁니다. 한 대형 증권사 프랍트레이더(고유자산운용역)는 “이런 대규모 호재에 보유 중인 주식을 바로 파는 건 비상식적인 일”이라며 “보통 주가 급등세에는 최소한 이틀은 주식을 갖고 있는다”고 말했습니다.

펀드매니저들은 왜 이런 손해 보는 매매를 했을까요? 업계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과도한 미공개 정보 이용 규제가 그 이유 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지난 7월 도입된 ‘시장질서 교란행위 규제’는 미공개 중요 정보를 간접적으로 듣고 투자에 나선 사람이나 2차, 3차 정보 전달자도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간주해 과징금을 부과토록 하고 있습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로부터 상장사의 미공개 정보를 듣고 주식매매를 하는 펀드매니저를 처벌하기 위한 차원입니다.

이에 일부 펀드매니저들이 금융당국이나 검찰로부터 괜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주가 급등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미약품 주식을 팔았다는 후문입니다. 검사 앞에 불려나가 온갖 수모를 겪느니 펀드 수익률 손해를 보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거죠.

쇼트(고평가주 공매도) 물량이 일부 나온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최근 남부지검이 한미약품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으로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16곳을 압수수색을 하면서, 주가 하락을 예상한 공매도(주식이 없는 상황에서 빌려 파는 것) 물량이 나왔다는 설명입니다.

이래저래 금융당국의 과잉 규제가 업계의 과도한 보신주의를 가져온 결과로 해석됩니다. 펀드매니저로서 고액 수익률을 높여야하는 ‘선한 관리자의 의무’도 ‘보신(保身)’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끝) why@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0(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