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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드

포털 뉴스 미래보다 정치의 미래 따져야 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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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순의 넷 세상) 포털뉴스 논쟁이 10년 넘게 이어졌지만 아직 정돈되지 못한 것들이 많습니다. 포털을 언론으로 정의할 것인지, 포털을 시장지배적사업자로 할 것인지 등 해묵은 이슈를 놓고 이해관계자들의 힘겨루기만 여전합니다. 어쩌면 디지털 기술 진화 속도가 워낙 빠르다보니 '논쟁'만 하다 날을 샐지 모릅니다.

"실익이 없는 정치적 공방의 틀에 갇혀 전체 뉴스 시장에서 포털뉴스의 역할과 책임이 통합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포털의 미래를 논하다'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포털뉴스 10년 논쟁을 '다양성 정책' 부재로 정리했습니다.

황용석 교수는 "현재 포털과 같은 디지털정보매개자(Digital Intermediary)는 국제적으로도 이슈가 되고 있다"면서도 "(일방적인 규제 관점보다는) 전체 여론시장에 미치는 다양한 미디어를 균형의 관점에서 다루는 '미디어다원주의 정책'으로 살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면 포털 검색 서비스는 모든 매체가 접근 가능할 수 있게 이뤄져야 하고 제휴정책은 다양한 관점과 질적 차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겁니다. 포털뉴스 서비스의 문을 열되 이용자가 수준 높은 저널리즘을 향유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지금까지 포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 그것은 뉴스소비의 단순한 소통공간을 추구하는 상업성을 넘어선 저널리즘 측면의 공존이라고 할 텐데요. 황 교수는 "(포털뉴스의 저널리즘 기여는)
미디어 다원성을 증진하느냐, 현실적으로는 저널리즘 혁신 플랫폼의 역할을 하느냐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포털뉴스 논쟁은 양극화된 정치구조에서 폭발한 것입니다. 법률로 해결하려는 정치의존성이 강한 편입니다. 새로운 영향력자인 포털에게 모든 사회문제의 인과관계를 위임하려는 관성도 작용하고요. 하지만 디지털 시장의 특성상 포털뉴스를 일방적으로 정의하는 것은 번번이 실패했고 결국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에 그쳤습니다.

19일 국회 '포털의 미래를 논하다' 정책토론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인사말을 통해 "포털의 미래를 논하다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논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지난번 국정감사에서 포털 사장을 불러내지 못했다는 게 포털의 위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포털에 선정적인 사진이 너무 많다, 바로 해결하라"며 각을 세웠는데요.

하지만 토론회는 금세 공기 빠진 풍선이 됐습니다. 김 대표와 여당 국회의원들은 첫 발제자가 발표를 하는 순간 일제히 자리를 떠났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을 어렵게 초대하고 포털 고위 관계자, 시장 이해관계자까지 불러놓은 자리가 갑자기 휑해졌는데요.
정치권이 각계의 의견을 듣고 '공부'하기보다는 자기 말만 하고 나가버린 겁니다. '무례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는데요.

유봉석 네이버 미디어플랫폼센터장(이사)은 "포털은 할만큼 하고 있다"는 취지의 반박, 이병선 카카오 대외협력실장(이사)은 '자율규제' 필요성 역설 등 포털사업자의 목소리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포털은 책임지라"는 일방적인 '호통'만 다룬 언론보도에 다 묻혔습니다. 한편 정책토론회를 주최한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다 포털사업자에 '훈훈한' 덕담을 건네며 예의를 차렸는데요.

이번 정책토론회를 기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의미를 찾으려 했던 기자로서는 어이가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포털을 대상으로 난리법석을 떨던 때가 바로 며칠 전인데 말이죠. 이런 토론회는 돈 들여가며 왜 했을까요? 포털의 미래보다 정치의 미래를 따질 때가 아닌가 합니다. (끝) / soon69@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1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