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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그룹이 M&A 꺼리게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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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국제부 기자) 인도는 ‘재벌들의 천국’으로 불립니다. 상속세와 증여세가 없어 재벌들에 유리한 환경이기 때문이지요. 인도 최대의 재벌로는 릴라이언스그룹과 타타그룹을 꼽을 수 있습니다. 140년의 전통을 갖고 있는 타타그룹은 철강, 자동차, 금융, 유통 등 7개 분야에서 10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인도 정부의 보호 아래 급성장한 면이 있지만 인도인들의 사랑을 받는 이른바 ‘국민 기업’으로 불립니다. 아마 막대한 재산을 사회에 거침없이 환원하고 있는 영향이 큰 듯 합니다. 타타그룹은 몸집을 키우기 위해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도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물론 모든 M&A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는 않지만요.

타타그룹의 대표적인 M&A 사례로는 2006년 인수한 영국·네덜란드 합병 철강업체 코러스와 2008년 인수한 영국의 고급 자동차업체 재규어·랜드로버를 들 수 있습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올 상반기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사업 확대를 위해 영국과 인도뿐만이 아니라 중국, 브라질 등 해외 공장을 새로 세우고 있고요. 슬로바키아를 생산 거점으로 만들려는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이미 슬로바키아 정부와는 얘기를 마쳤고, 오는 2018년부터 실제 생산에 돌입합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타타그룹의 가장 성공적인 M&A 사례 중 하나로 꼽힙니다. 약 23억달러(약 2조7500억원)를 들여 미국 포드자동차에서 인수했죠. 타타그룹으로 넘어온 뒤 재규어·랜드로버의 판매량은 두 배 이상 늘었답니다.

신차 개발이 제대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향이 컸습니다. 타타그룹의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마음 껏 신차 개발을 할 수 있었거든요. 2011년에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보크가 대표적입니다. 기존 SUV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참신한 디자인을 덧붙여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했습니다. 연간 10만대 이상의 판매 실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른바 ‘대히트’ 상품입니다.

전문가들은 타타그룹이 물심양면으로 지원은 하지만 중요한 경영 전략이나 의사결정을 전적으로 재규어·랜드로버에 맡긴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하더라고요.

상반된 사례도 있습니다. 코러스는 타타그룹으로 넘어온 뒤에도 계속 실적 악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3년에는 사상 최대 손실을 냈고요. 중국에서 저렴한 철강 제품이 대거 유입되면서 생산 비용을 낮추지 못한 코러스에 타격이 된 것입니다. 게다가 전 세계적인 철강 수요는 계속 줄고 있고요. 실적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데,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시장은 계속 급락하고 있습니다.

코러스의 고전으로 인해 타타그룹이 M&A에 소극적인 태도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현재는 코러스를 매각하기 위해 다양한 기업과 접촉 중이랍니다. 타타그룹은 최근 대형 M&A 대신 조직 효율성을 높이고 내부의 성장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내부 개혁’에 좀 더 힘을 쏟고 있다고 합니다. 코러스 때문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말입니다. (끝)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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