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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처럼 술값 널뛰기하는 런던 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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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늘 디지털전략부 기자) 런던 금융가 한복판에 술값이 주식처럼 올랐다 떨어졌다 하는 이색 술집이 생겼다고 합니다.

지난 6월 문을 연 영국 '시티 오브 런던(City of London)'의 '리저브 바 스톡 익스체인지'라는 펍(영국식 술집) 이야깁니다. 시티 오브 런던은 영국 중앙은행과 전 세계의 주요 금융회사가 집결되어 있는 런던시 내의 특별행정구역입니다.

막상 주인인 앨런 그랜트는 금융계 근무경력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아이디어를 얻은 건 모바일 차량예약 서비스 우버(Uber) 최고경영자인 트래비스 칼라닉 덕분이라고 합니다.

지난 2012년 우버는 런던에서 서비스를 개시하며 파티를 열었습니다. 이 파티를 그랜트씨가 운영하는 다른 술집에서 열었는데 그 때 옆자리에서 칼라닉과 대화를 나눴다고 합니다.

기술을 실생활에 접목시켜야 한다는 칼라닉의 미래 비전에 감탄한 그랜트씨는 본인의 분야인 술집에서 이를 실행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가게를 시티 오브 런던에 열기로 한건 새로운 것을 반기는 얼리어답터들이 많을 것 같아서라고 하는군요.

지금까지 그의 시도는 성공적입니다. 6월에 개점했는데 벌써 많은 투자자들과 은행원들을 고객으로 끌어모았습니다.

이 펍의 술값은 주가처럼 널뛰기를 합니다.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사람들이 특정 술을 많이 사면 가격이 올라가고 안 사면 떨어집니다. 술을 싸게 마시려면 가격추이를 지켜보다가 시가가 낮을 때 사야 합니다.

혹은 복잡한 전략을 쓸 수도 있습니다. 술을 낮은 가격에 사서 다른 손님에게 높은 가격에 파는 겁니다. 그랜트씨에 의하면 어떤 남자 손님은 한번에 10잔을 사서 다른 테이블에 잔당 50센트씩 이윤을 남기고 팔았다고 합니다. 술집 안에서 '2차 시장'이 생긴 겁니다.

주식시장을 흉내낸 깜짝 할인 이벤트도 있습니다. '리저브 바'의 재무담당 매리앤 매그닌은 전체 술값이 35~40% 떨어지는 '시장붕괴(market crash)'를 노려보길 권합니다. 수요가 증가하면 술값이 오르다가, 어느 순간 전체 술값이 40%가량 떨어져 하한가 아래로 내려가기도 하는 깜짝 행사입니다.

그랜트씨는 조만간 시장을 더 고도화할 계획입니다. 일종의 '선물(futures) 시장'을 만든다는 겁니다. 예컨대 주말에 술 소비가 많을거라 예상한다면 주중에 낮은 값에 미리 사 놓을 수 있게 됩니다. 주말 시세가 미리 구매한 가격보다 낮다면 낭패를 보겠지만요. 거래는 바에서 개발한 앱을 통해서 하면 됩니다.

자영업자와 기업인의 저녁 자리에서 떠오른 발상이 기상천외한 서비스를 만들어 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나눌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디어는 서로 나눌수록 가치가 커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끝)
/sk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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