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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샤오미 질주의 비결,'팬'과의 협업체제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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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진의 중국 이야기) 지난 8일 중국 스마트폰업체 샤오미가 또 하나의 기록을 냈습니다.샤오미가 미펀(米粉,중국어로 좁쌀을 뜻하는 ‘미’와 팬을 뜻하는 ‘펀’을 합친 말로 샤오미 팬)을 위한 할인행사인 '미펀제(米粉節)'를 실시한 이날 20억위안(약3517억원)의 매출을 올린 겁니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12시간 진행된 행사를 통해 판매된 스마트폰 수량은 204만대. 작년 미펀제의 130만대 기록은 물론 작년 11월11일 알리바바의 '광군제(光棍節 솔로데이)' 행사에서 올린 190만대 기록을 깼습니다. 직접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삼성전자의 갤럭시펀S6와 갤럭시S6엣지가 지난 1일 예약판매를 실시한 뒤 6일까지 엿새간 25만대 예약을 받은 것에 비하면 샤오미의 미펀제 실적은 돌풍이라 할 만합니다.

2010년 4월6일 창업한 샤오미가 스마트폰을 출시한 건 2011년으로 신생업체에 속합니다.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 스마트폰업체로 고성장하고 있는 샤오미의 질주 비결은 뭘까요.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보도에서 철저한 팬 관리를 꼽았습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4/07/0200000000AKR20150407033100009.HTML?input=1195m) 팬클럽 마케팅에 답이 있다는 겁니다. 샤오미 고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미펀제가 대표적입니다.

1회 미펀제는 2012년 4월 6일 샤오미 창립 2주년을 기념해 베이징 예술구인 798에서 1000여명의 미펀들이 모인 가운데 열렸습니다.레이쥔(雷軍) CEO와 샤오미 팬과의 미팅 행사 형식을 취했습니다. 이날 샤오미가 공개 판매한 10만대 스마트폰은 6분 만에 다 팔렸습니다.

2013년 미펀제는 4월 9일 베이징 국가컨벤션센터에서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습니다. 당시 샤오미는 199위안짜리 입장료를 사야 미펀제에 참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샤오미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활동해 누적포인트 100점 이상인 충성도 높은 고객만 입장료를 살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습니다. 입장료 판매 수익은 전액 자선단체에 기부됐습니다.

지난해와 올해엔 미펀제를 온라인 무대에서만 치렀습니다. 스마트폰은 지난해 130만대에서 204만대로,스마트 어댑터 등까지 포함한 총주문량은 226만건에서 290만건으로 각각 늘었습니다.매출은 지난해 15억위안에서 올해엔 20억위안으로 급증했습니다.

미펀제외에도 두세 주에 한 번씩 중국 전역에서 미펀을 위한 파티를 여는 것도 팬관리 서비스의 하나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항저우의 공장에서 월670달러를 받고 일하는 간쑤성 출신의 농민공이 나이트클럽에서 열린 파티에 초대된 사례를 들었습니다. 그는 매일 밤 두세 시간 정도 샤오미 게시판에서 이용자들의 질문에 답했다고 합니다. 이 모든 시간들이 쌓여서 그는 샤오미 커뮤니티에서 ‘VIP’ 자격을 얻었습니다. 그는 샤오미로부터 웹캠과 와이파이 스마트 플러그 어댑터 등을 감사의 선물을 받았습니다.동시에 그는 성취감도 맛 보았다고 합니다.

레고가 디자인에 고객을 참여시키는 협업체제로 혁신을 이끌어낸 것처럼 샤오미 역시 팬을 확보해 협업체제를 구축한 겁니다.한국에서도 공모전을 통해 아이디어를 구하기도 합니다.이를 1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회사의 광팬으로 만들어 협업체제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샤오미가 팬관리서비스에 주력한 건 후발주자로서 부족한 자금력으로는 광고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온라인 채널을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을 팬으로 만들어 입소문을 내는 바이럴 마케팅에 주력한 겁니다. 저비용으로도 고품질의 스마트폰을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샤오미의 해외 마케팅 총괄 책임자인 아만다 첸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보편적인 성공 공식이 있다. 그 첫 번째가 팬들을 이해하고, 팬들과 친구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샤오미 고위 임원들은 시간을 내서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기도 하고 온라인상에서 질문에 답도 합니다. 레이쥔 CEO는 미펀제 행사 소식을 실시간으로 웨이보에 올릴만큼 인터넷 소통을 중시합니다.

샤오미의 첫 번째 팬은 ‘미유아이(MIUI)’를 테스트한 자원봉사자들이었습니다. 당시는 샤오미가 스마트폰을 출시하기도 전이었습니다. MIUI는 샤오미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만든 커스텀 모바일 인터페이스입니다. 운영체제(OS)와 하드웨어 중간 사이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입니다.이후 중국 안팎으로 샤오미 팬 클럽이 생겼다고 합니다.

‘고객’ 이전에 ‘팬’을 확보하고 그 팬들을 세심하게 관리한 게 샤오미의 성공비결인 셈입니다. 삼성전자나 LG전자도 한류 스타들의 팬클럽 마케팅을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중국전문기자 kjoh@hankyung.co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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