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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와 한국 금융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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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진 중국 이야기) 중국이 육해상 실크로드를 어떻게 구축할지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았습니다.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외교부 상무부 등 3개 부처가 3월28일 공동으로 내놓은 ‘실크로드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실크로드의 비전과 액션’이란 문건이 그것입니다. 중국에선 일대일로(一帶一路)로 부르는 실크로드 청사진엔 한국의 기업이나 금융회사 및 지방자치단체등에 도움이 될 내용이 적지 않이 담겨 있습니다.

2013년 두 개의 실크로드 건설을 제안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보아오 포럼 개막연설에서 "일대일로는 공허한 구호가 아니다"며 "가시적이고 손에 잡히는 조치가 될 것이며 함께 하는 지역이나 국가에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세계 인민에 복을 가져다주는 위대한 사업”이라고 자평하기도 했습니다.실크로드 청사진이 발표된 후 첫 개장일인 30일 상하이증시가 2.59% 급등한 것도 이 사업이 만들어낼 거대 시장에 대한 기대 때문입니다.

일대일로에는 60여개국가가 걸쳐있어 인구가 44억명으로 전세계의 63%를 차지합니다.이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합계는 21조달러로 전세계 경제의 29%를 차지합니다.특히 중국과 일대일로에 걸친 국가들과의 상품무역액은 지난해 1조1206억달러로 중국 전체 무역의 26%에 달했습니다.일대일로는 둔화되고 있는 중국의 무역성장세에 탄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옵니다.일대일로에 걸친 나라 상당수가 신흥 개도국이어서 성장잠재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정책 인프라 무역 및 투자 금융 문화 등 5개 분야에서 서로 통하는 5통(通)을 통해 실크로드를 구축한다는 구상입니다. 금융,인프라,무역 및 투자,문화,정책 순으로 한국에 어떤 기회와 도전이 될 지 짚어보겠습니다.

‘자금융통’ 중국이 발표한 일대일로 액션플랜에 담긴 문구입니다.실크로드를 따라 자본이 흐르게 하겠다는 겁니다.그 대략적인 방법론이 이번 액션플랜에 담겼습니다.우선 중국 주도의 국제금융기구와 기금을 통해서입니다.올해말 출범할 예정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브릭스개발은행(정식명칭은 신개발은행),현재 설립 협상이 진행중인 상하이협력기구(SCO)융자기구,지난해 12월 설립해 지난 2월 가동에 들어간 실크로드기금,주요국의 국부펀드,중국-유라시아경제협력기금 등이 실크로드에 투입됩니다.

핵심은 이들 자본 투입이 원조차원이라기 보다는 수익성 차원에서 이뤄진다는 겁니다.이들 국제금융기구와 기금은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상업성 펀드와 사회자금이 그 뒤를 이어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 액션플랜에 명시돼 있습니다. 투자은행(IB)업무를 강화하는 한국의 증권사들로서는 실크로드라는 거대한 시장이 생기는 것입니다.

중국은 특히 중국-아세안 은행연합체,SCO은행엽합체 등을 통해 신디케이트론을 실시해 다자간 금융협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입니다.

중국의 금융회사나 기업은 해외에서,외국의 정부나 우량 기업은 중국에서 채권을 손쉽게 발행하는 것도 실크로드에 자본이 흐르게 하는 구상중 하나입니다.특히 이 과정에서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을 유도한다는 계획을 숨기지 않았습니다.실크로드를 따라 위안화가 흐르도록 함으로써 위안화 국제화를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지금도 중국에서 외국기업이 이른바 팬더채권(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할 수 있지만 활성화는 돼있지 않습니다. 한중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한국의 기업이나 금융회사는 물론 지자체들도 중국에서 팬더채권 발행을 검토해볼만합니다. 아시아채권시장 개발과 발전도 실크로드를 자본의 고속도로로 만들기 위해 중국 정부가 적극 추진하기로 했습니다.중국은 최근 홍콩과 상호 채권시장 개방을 추진중에 있습니다.이를 우선 아시아 지역에 있는 실크로드 국가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될 전망입니다.

실크로드에 걸친 국가들과의 통화스와프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됩니다.중국이 맺은 통화스와프규모는 2014년말 현재 한국 등 28개국과 3조1182억위안 규모에 달합니다.

중국 정부는 또 자본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한 인프라로서 신용정보 및 신용평가 시스템의 협력과 금융감독 협력 등을 통해 금융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는 계획입니다. 보아오포럼에 참석한 천즈우 예일대 교수는 일대일로가 부채규모를 키우는 리스크가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중국언론에서는 일대일로 가동으로 올해에만 중국에서 새로 유발되는 투자규모가 4000억위안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습니다.중국 경제성장률을 0.2-0.3%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옵니다.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설립된 건 1966년입니다.이후 일본은 ADB를 비롯 자국의 수출입은행 등을 통해 해외에 엔화를 제공하면서 엔화 국제화는 물론 자국기업의 국제화를 가속화하는 계기로 활용했습니다.중국의 실크로드 행보에서 이 같은 포석을 읽을 수 있습니다.이미 AIIB 창립멤버로 참여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나라는 40개국이 넘습니다.ADB 창립멤버 국가수(31개)를 크게 웃돕니다.현재 ADB 회원국은 67개로 늘어난 상태입니다.

실크로드는 미국이 2차대전후 폐허가된 유럽의 부흥을 돕기 위해 시행한 마셜플랜을 통해 달러 기축통화의 위상을 다지고 자국 제품 수출에 박차를 가한 것과 비유되기도 합니다. 중국이 어떤 길을 가든 그 흐름에서 기회를 잡는 건 우리의 몫입니다.
중국전문기자 kjoh@hankyung.co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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