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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전세기간이 3년으로 늘어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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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일 건설부동산부 기자) 정부가 주택 세입자 보호를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임대보장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는 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을 한 일간지가 보도했습니다. 기사가 나간지 몇 시간 만에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이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정부는 어떤 사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더라도 일단 확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선 사실을 부인하곤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전월세 대책에 이같은 내용이 담기는 게 아니냐는 업계와 수요자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에서 전월세 계약갱신 청구권을 통해 사실상 임대보장 기간을 4년으로 늘리자는 주장을 하고 있어 논란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임대차 보장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기간을 늘리면 오히려 전세 물건이 줄어들고 전셋값이 폭등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경험도 있습니다. 1989년말 임대차 계약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나자 전국 전셋값이 급등했습니다. 그때부터 10여년간 전세 계약기간이 끝나는 짝수해마다 전셋값이 올랐을 정도로 휴유증이 오래 갔습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정치권의 요구로 검토는 했지만 전세난에 효과가 미미하고 부작용만 클 것으로 판단돼 전월세 보장 기간 연장에 반대한다”고 잘라말했습니다.

저금리와 저성장 등 경제 여건 변화로 사라져가는 전세제도를 붙들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자연스러운 대세를 거스르려고 막대한 대가를 치르는 게 바람직한지 모르겠다”며 “다만 전세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는 반전세·월세에 대한 세부적인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도 규제 강화로 전세난을 잡겠다는 법무부의 검토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전세제도와 주택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나온 아마추어적인 발상이라는 것입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안 그래도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만 임대차를 하고 있는데 한 번 계약하면 3년이 묶인다면 너도나도 월세로만 집을 내놓을 것”이라며 “금리 2% 시대에 전세 임대물건을 내놓는 사람한테 인센티브는 못줄망정 불이익을 준다는 것은 전세를 더 빨리 사라지게 만드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아파트 월세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제발 2년 살아달라고 간청해도 세입자들이 1년 살고 도망갈 정도로 세입자 우위의 시장”이라며 “급격하게 월세 전환이 늘어나면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금리가 낮아지고 월세 물건이 많아져 아파트 월세는 내리는 추세인데, 월세 세입자는 오히려 계약에 묶여 손해를 볼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도 덧붙였습니다.

세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은 못 주고 더 큰 비난만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입니다. 기자인 제가 생각해도 정부가 가만히 있는 것만 못한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4.20(토)